저는 북촌 한옥마을의 주민입니다. 올해로 9년째, 한옥에 살고 있습니다.
한옥의 마당과 고즈넉한 분위기에 반해 이사를 오게 되었고, 그렇게 천천히 이곳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툇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들었고, 눈이 오는 날에는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골목 곳곳에 놓아두었어요. 그러면 이웃들이 하나둘 눈사람을 보고 웃으며 안부를 건네곤 했습니다. 이렇게 정을 나누는 동네가 참 좋았습니다.
제가 한지를 처음 만난 것은 LG에서 영양사로 일하던 시절, 취미로 시작한 공예 수업에서였습니다.
얇고 부드러운 종이가 손끝에서 일상의 소품이자 공예품이 되어가는 시간이 좋았고, 그렇게 한지와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18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직업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취미와 취향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전지공예와 한지회화를 이어오며, 한지는 제게 일이 되기 전에 먼저 쉼이었습니다.
북촌에 살면서 골목을 걷는 많은 여행자를 보았습니다.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 분들이 이 동네의 전통을 눈으로만이 아니라 손으로도 느껴보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마음이 조금씩 자라 공방이 되었습니다.
2026년 1월, 북촌한지스튜디오를 열었습니다. 공방은 제가 실제로 살던 바로 그 한옥 안에 있습니다.
매일 드나들던 마루와 마당이 이제는 손님을 맞이하는 작업실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국내외에서 찾아주신 분들과 한지를 만지며 하루를 보냅니다.
수업 중에 슬쩍 들어와 자리를 잡는 마스코트 젖소를 만나는 것도 이곳의 작은 즐거움이에요.
북촌에서 살던 사람이 북촌에서 한지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이 골목의 이야기가 한 장의 종이처럼 여러분의 손에 오래 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